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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는 공중에 떠다니는 촛불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위에 실을 매단 것도 아닌데 공중에 머무를 수 있는 건 마법 때문이겠지? 집에서도 딱히 마법을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호기심에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꾸욱 억눌렀다. 착한 아이는 그러지 않을 거니까.

 

 어머니가 마법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시작한 지 일 년도 안 되었을 때, 부엉이 한 마리가 집으로 와 편지를 주고 갔다. 로버트랑 놀고 있던 에밀리는 꺄륵하고 소리를 치며 살랑거리는 날개를 만지기 위해 오동통한 손을 내밀었고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로버트는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겨울 이불 안에 있는 깃털보다 부드럽다고 감탄하던 에밀리의 볼이 둥그스름하게 밝아졌다. 아이들이 창틀에 앉아 자신의 날개를 부리로 매만지는 부엉이에 관심을 보일 동안 일레인은 편지를 빠르게 훑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로버트를 꼭 안으면서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로버트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팡이는 단순한 나무 막대기가 아니라는 점, 자기가 알고 있던 일반 사람들은 머글이라고 불린다는 점, 호그와트는 마법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점. 어째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호그와트에 가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얻었다. 그리고 외조부모가 머글이라는 거나 어머니가 머글본 마녀라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어때. 다 같은 사람들인데.

 

그레이엄, 로버트.“

 

 신입생들의 이름이 잔뜩 쓰여 있을 것이 분명한 리스트를 읽는 목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사슬을 깼다. 멍청하게 촛불을 바라보던 로버트는 흠칫 놀라서 모자를 향해 급하게 올라갔다. 말하는 모자라는 것도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놀랄만한 게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던 모자가 뭐라 뭐라 웅얼거리는 걸 듣다가 그리핀도르라고 호명하자 빨간 교복의 물결로 걸어갔다.

 

와일드, 사이먼

 

 자기 뒤에도 기숙사로 배정받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박수를 치던 로버트는 모자를 위에 얹은 아이로 눈길을 돌렸다. 검은 머리카락에 붕대로 얼굴을 잔뜩 감은 모습이 꼭 미이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기숙사의 이름이 불릴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 살얼음 같은 정적을 깨뜨린 건 모자를 쓴 소년의 목소리였다.

 

순혈 기숙사, 씨발 싫어!”

 

 그렇게 쩌렁쩌렁하게 선언한 후 그리핀도르로 휘적휘적 걸어온 사이먼이 자신의 옆에 털썩 앉자 로버트는 멍청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얀 붕대 사이로 보이는 화상자국에서 의식적으로 눈길을 돌리고 그의 눈을 바라봤다. 왼쪽 눈썹이 있어야 할 곳은 매끈했고 그 아래에 번뜩이는, 강렬한 눈빛에 조금 주춤할 뻔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눈매를 접어 활짝 웃었다. 설마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까.

  

안녕? 난 로버트야, 밥이라고 불러!”

 

 엄청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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