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 떠날 사람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은 사람들. 여러 가지 목적들이 샐러드처럼 한 곳으로 엉켜있는 모양새였다. 감색의 어두운 빛깔로 가득한 뒤통수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인상적으로 큰 키와 옅은 푸른색의 머리카락은 어디에서나 주목 받을만 했다. 두근거린다. 정직은 서율이라는 두 글자가 써진 작은 플랜카드를 들고 뜀박질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자기도 모르게 발끝을 바닥에 톡톡 두들기며 그는 설렘과 긴장이 뒤엉킨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서 보고 싶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안내가 나오자 정직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다. 혹시나 자기가 그를 놓칠..
“서이환!” 우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이환에게 다가갔다. 옅은 색의 머리카락이 뒤에서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백우씨.” 늦었습니다. 지금 몇 시인지 아십니까?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은 우에게 이환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다. “사람이 좀 늦을 수도 있지. 어떻게 항상 딱딱 맞출 수 있겠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넘기려고 하자 이환이 입술을 떼려고 시작하려 했으나 우가 이환의 등을 툭 치면서 말이 끊겼다. 어쨌거나 지금은 축제 구경해야지! 발랄하게 말을 하고는 팔을 휘적거리며 앞장섰다. 의외로 많은 인파에 둘은 잠시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길을 잃어 서로 엇갈릴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이환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턱을 살짝 안으로 끌어당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