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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자캐

이훈이 아이스크림 먹는 글

잡초양 2016. 2. 20. 10:33

 

비닐을 뜯자 누가바의 기다란 모습이 드러났다. 나무 막대의 감촉과 아이스크림 자체에서 나는 냉기를 즐기면서 그는 그것을 입에 머금었다. 원래라면 이빨로 조금씩 갉아먹거나 깨물어먹었을 테지만 지금 손에 들린 것은 그렇게 먹을 수가 없다. 깨물면 이빨이 상할 거라는 강한 예감을 느끼며 그는 끝부분부터 녹이기 시작했다. 입안이 냉기로 얼얼해지기 시작하자 그는 조금이라도 냉기를 분산시키려고 입을 크게 벌려 아이스크림 전체를 입안 깊숙이 집어넣었다. 뜨거운 입안에 들어오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혀로 밑동을 돌려가면서 핥은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천천히 나무막대를 잡아당겼다. 차가우면서도 딱딱한 감촉이 앞니를 자극하자 조금 어깨를 움츠렸다. 다 꺼내서 보니 정성들여 녹인 앞부분은 이미 많이 녹아서 하얀 속살까지 내보이고 있었다. 그는 혀를 내밀어 달콤한 속을 맛보며 점점 아래로 핥아 내려갔다. 기다란 기둥을 지나 조금 관심을 주지 못한 밑동까지 부드럽게 핥아주고는 그는 아이스크림의 반 정도를 입에 머금고 입술에 살짝 힘을 줬다. 볼이 살짝 패이는 감감과 함께 얇은 껍질이 깨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지금까지 껍질이 버티느라 나오지 못한 속살이 흘러나왔다.

 

혀로 껍질의 사이를 핥으며 달콤한 바닐라 맛을 만끽하던 그는 본격적으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앞니로 살짝 물고 입안에서 조각을 굴리면서 누가바 껍질 특유의 맛을 즐겼다. 기분 좋은지 눈을 감고 콧노래까지 부르던 그는 껍질을 다 벗긴 아이스크림 전체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가 빼곤 했다. 너무 여유로웠던 탓이었을까. 나무 막대를 흥건히 적신 액체가 집게손가락 두 번째 마디까지 내려왔다. 손가락에 닿는 이상한 감각 때문에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걸 바라본 그는 입으로 살짝 액체를 훔쳤다. 나중에 손을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빨리 끝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일말의 아쉬움을 가지며 아이스크림을 문 입에 힘을 줬다. 막대를 두 손가락을 잡은 채 뒤집어가면서 입안을 냉기로 가득 채웠다. 입술과 혀의 감각이 무뎌지면서 단맛을 덜 느낀다는 점이 안타까웠지만 핥았을 때보다 느껴지는 시원함도 기분 좋았다. 정신없이 맛보던 그는 어느새 젖은 나무만의 독특한 감촉을 맞이하여 입에서 막대를 빼내고 만족감에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막대에 매달려있던 하얗고 점성이 강한 액체를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이런.

 

“...조금 흘려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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