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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해진 아이스커피'에서 떠오르는 것으로 써보자!
결국 너는 오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끝났잖아. 차가운 목소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다. 제발, 연락하지 마 언니. 한숨을 가까스로 집어삼킨 네가 나를 타일렀다. 알아.. 아는데. 나는 횡설수설하려는 입을 틀어막다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30분, 아니 10분이라도 좋으니까 만나자. 할 얘기가 있어.
거짓말이었다. 할 얘기는 없었다. 너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고 나는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네 마음이 이미 떠났는데,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한심한 거짓말을 다정한 너는, 상냥한 너는 기나긴 침묵 끝에 대답했다. 생각해볼게. 그 말에서 바늘구멍보다도 작은-그래도 여전히 희망인-희망을 느낀 나는 몇 번이고 고맙다고 중얼거렸다. 나중에 가서 너는 지겨워졌는지 화를 억누르려는 목소리로 끊으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마저도 나는, 한참동안 반추했다.
하지만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고, 그게 다시 세 시간이 될 때까지 너는 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오늘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고, 약속을 조정하자는 연락을 올까봐 폰을 꽉 쥐어봤지만 야속하게도 휴대폰은 잠잠했다. 텅 비어있는 맞은편을 바라보던 나는 어느 새 얼음이 다 녹아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잔을 쥐었다. 표면에 둥글게 맺힌 물방울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가 툭, 하고 떨어졌다. 아래로 아래로 굴러가면서 점점 몸집을 불리던 물방울은 탁자에 봉곳하게 솟아오른 자국을 만들었다.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훌쩍, 숨을 들이 삼켰다.
미지근한 아이스커피는 눈물이 날 정도로 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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