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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중력이었다.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주위를 맴돌던 그 힘은 내가 땅에서 아주 살짝, 뛰어오를 때마다 무한한 뿌듯함을 느끼게 했고 이 정도면 됐다고 만족하게 만들었다. 그 만큼 했으면 됐지. 네 능력으로는 이런 결과도 대단한 거야. 그러니까 적당히 하자. 온 힘을 다해서 뭐해? 너는 나를 위한답시고 달콤한 말을 속삭였지. 그 말의 달콤함이 내 발목 주변에 끈적하게 달라붙기 시작한 걸 깨달을 때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함정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혀끝에 맴도는 감각은 강렬했기에.
네가 사라진 다음에야 내가 스스로 걸어 들어간 늪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있을 땐 안락하지만, 움직이려고 할 땐 조금씩 나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그 늪.
하지만 날아오르지 못하게 내 날개를 움켜쥐던 너는, 내 한계를 마음대로 정해버리고 판단하던 너는 이제 사라졌다. 이 사슬을 끊고 날아오르게 된다면, 그리고 너에게서 멀리 떨어지면 너는 더 이상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다.
너는, 나를 더 이상 땅에 묶어둘 수 없을 거야.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하늘을 향해 박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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