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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중력이었습니다.
달에 공기가 없는 이유는 중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 때였나? 아무튼 과학 시간에 지나가듯이 언급하는 토막 상식. 시험에는 달이 시간에 따라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왼쪽이 통통한 게 상현달인지 하현달인지-나왔지만 나는 그 문장을 제법 곱씹어보았어요. 인간은 지금까지 언제나 중력을 이기기 위해서 노력해왔음에도 결국 그 중력덕분에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이, 지독한 블랙 코미디의 일부만 같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당신은 나의 중력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장대 높이뛰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중력은 이겨 내야하는 대상이지만 무사히 땅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듯이, 당신의 슬하에서 자란 나는 항상 당신을 이겨먹고 싶어 했으니까요. 중력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신기할 정도로 닮았어요. 왜, 그 있잖아요. 한동안 우주에서 생활한 우주 비행사들은 뼈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에 지구에 돌아올 때에는 들것에 실린다는 말. 골다공증은 예사일이고, 심각하면 뼈가 부러진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나도 당신이 없었더라면 뼈대가 연약해졌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지구의 중력이 없어진다면 지구의 자전속도 때문에 인간이 모조리 우주로 튕겨나가죠. 당신이 없었으면, 당신의 지도가 없었으면 지금과 아주 다른 내가 되었을 거예요. 그 모습이 좋을지 나쁠지, 혹은 지금이랑 비슷할지 알 수 없지만.. 뭐, 저는 궤도에서 튕겨나가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고 해두죠.
나는 그런 당신을, 나의 중력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하는 시간이 왔어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나는 아주 강하고, 구심점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가끔, 소름 돋을 정도로 서로를 닮았으니까 알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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