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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파.
배 아파. 배 아파. 내장을 쥐어짰다가 안쪽에서 늘어나는 것만 같은 통증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긴장할 때마다 겪는 고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 그러니까 뭣도 모를 때에는 하루하루가 행복해서 모르고 있다가 조금씩 나이를 먹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는, 그런 흔하디 흔한 이야기.
그럴 거면 좀 더 평범하게 위염이라든지 손에 땀이 유난히 많이 찬다든지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로 했으면 오죽 좋아.
“우읍..”
헛구역질이 올라오자 나는 반사적으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위(胃)에서, 목구멍에서, 입 안에서 꿈틀거리는 감각을 어떻게든 다시 억누르려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하지만 그런 몸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뱃속의 나비는 계속 퍼덕였다. 차라리 배를 찢어버리고 모두 쏟아낼 수 있으면 좋을련만. 몸 안쪽을 잠식한 벌레 새끼들을 다 불태울 수 있으면 좋을련만.
이를 악 물어 꿀꺽 삼키기도 전에, 입술 사이에서 나비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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