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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고어 주의. 머리가 박살납니다.*






“심심해!”


 허공을 걷어차는 다리에 의해 치맛자락이 부웅하고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자 검은 머리카락이 뒤로 공중에 흩뿌려졌다.


“어제 사냥도 나가지 않으셨습니까?”


 옆에 서있던 남자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마법사들로만 데리고 왔는데 말이죠. 주군은 시끄럽게 소리만 지리는 사냥감이나 공포에 덜덜 떨고만 있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학살보다는 더 재미있게, 더 스릴 넘치게. 변덕스럽고 잔혹한 마왕은 반항하는 상대의 앞에서 희망을 흔들다가 산산조각 내는 걸 즐겼다. 그런 의미에서 자존심 높은 마법사들이 적당한 장난감이라고 훈은 생각했었다. 안타깝게도 모니는 금방 싫증내고 말았지만. 공기 중에서 양피지와 펜 한 자루를 소환했다. 그리고 반듯한 줄 하나를 주욱 그은 후 옥좌에 널브러진 마왕을 바라봤다. 


“감기에 걸리시겠습니다.”


 칠칠치 못한 허벅지를 펜으로 쿡 찌른 그가 지적했다. 위엄을 지키시죠? 골반까지 길게 이어진 트임 사이로 드러나던 새하얀 피부가 모니가 상체를 세우자 사라졌다. 미간을 구겼다가 피식 웃음을 흘린 그녀가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별가루를 박은 베일 너머로 검은 눈동자가 둥글게 휘었다. 


“잔소리 하지마. 아줌마 같아~”


 훈이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이자 마왕은 픽, 하고 숨결을 내뱉었다. 모니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날을 기억한다, 인간들에게는 정의로운 용사, 마물들 사이에서는 악명 높은 살인마가 무자비한 소문에 어울리지 않게 얌전하게 자기 앞에 무릎을 꿇던 그 날. 흉터 가득한 발목을 조심스럽게 쥐고 발끝에 입 맞출 때 희미하게 감도는 인간의 피비린내는 굳이 짚어내지 않았다. 


 모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발아래에서 단단한 소리가 났다. 일렁이는 빛을 짠 듯 한 베일을 한 손으로 넘겨 반짝이는 눈꼬리가 확연하게 모습을 보였다. 한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제비꽃색 손톱을 잠시 감탄한 모니, 역시 마왕은 이렇게 멋있어야한다니까 ,는 한 발을 힘껏 바닥에 굴렸다. 얇고 긴 굽이 대리석을 강하게 마찰하자 그 흔적을 따라 보라색 불꽃이 피어났다. 그녀가 팔을 뻗으면서 손을 움직이니, 혀를 낼름거리는 작은 불도마뱀이 손목의 피부를 타고 올려왔다. 손가락을 무는 모습이 애교 같기까지 했다. 


 금방 또 다른 일에 흥미를 가진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훈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물러났다. 알현실의 두꺼운 문을 닫고 지하로 내려간 그는 작게 흥얼거리며 이끼 가득한 철문을 힘껏 밀어 열었다. 


 쇠비린내와 살 썩는 냄새에 잠시 코를 찡그린 훈은 발로 바닥을 툭툭 쓸었다. 주군은 편식하는 어린 아이마냥 이리저리 사냥감들을 가지고 놀곤 했다. 그의 일은 그런 인간들을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 가벼운 발놀림으로 잘린 팔과 다리를 쳐내다가 훈은 문득 자신의 발목을 잡는 감각에 시선을 내렸다. 불로 지져버려서 접합조차 되지 않은 다리를 질질 끄는 인간, 이었던 장난감,이 있었다. 대부분 죽어서 태우는 작업만 남았지만 가끔 가다가 이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다. 마법사로 보이는 그 남자의 입술은 꿰매어져서 뚫리고 찢기느라 피딱지가 내려앉고 잔뜩 부어있었다. 


“하아.”


 큰일 날 뻔했네. 다행이다. 안심한 듯 한 훈의 목소리에 희망 어린 눈빛을 보내던 남자는 그가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강하게 쥐자 당황한 듯 막힌 비명을 질렀다. 


“으읍읍..!”

“입술을 틀어막았는데도 그렇게 시끄럽다니, 재능이네요,”


 살려달라는 애원을 무시한 훈이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양 옆으로 머리를 짓눌렀다. 고통에 찬 몸부림이 무색하자 한 순간에 부서진 두개골이 퍼석거렸다. 피와 섞인 뇌수가 거품이 되어 주르륵, 흘렀다. 손에 묻은 피를 시체의 옷에 가볍게 닦은 훈은 작은 불씨를 아무것도 없는 공기에서 뽑아내더니 이미 기름을 한껏 머금은, 망가진 장난감의 산에 던져놓고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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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마계 마왕 모니 넘 보고 싶어서...ㅋㅋㅋ 썼습니다ㅜㅜㅜ

뭔가 모니는 악마호무처럼 보라색과 검은색이 포인트 컬러일 거 같은데 훈이쪽은 검은색 일색이라서 상복을 연상시키겠죠

아마 마왕한테로 돌어선 용사 훈이 말버릇은 용사니까 이정도는 당연하죠(흑집사의 팬텀하이브 가의 집사로서 이정도 못하겠습니까 느낌으로ㅋㅋㅋ)일 거 같고

모니가 발랄한데 변덕스럽고 한편으로는 잔혹한데 뒷정리는 잘 안할 거 같으니까.. 모니 마왕님의 가정부가 되고 싶습니다...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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