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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머리카락을 한동안 손에 쥐기만 한 훈은 이내 마음을 정했는지 세 갈래로 나누고 번갈아가며 땋기 시작했다. 틈틈이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한 결과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늘을 닮아 가느다랗고 결이 좋은 머리카락이 춤추듯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단정한 모양이 되었다. 지우가 신이 나서 저도 모르게 다리를 흔들고 고개를 움직이는 바람에 조금씩 삐뚤어질 때마다 훈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모니 이모 만나러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여러 갈래로 땋아진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모으면서 머리끈을 반대 손에 건 훈이 물어봤다. 그러자 지우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손에서 빠져나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다시 붙잡은 훈이 작게 웃으며 머리끈을 튕겼다. 언젠간 한번 왜 ‘이모’라고 부르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지우야, 모니 이모는 왜 이모야?”
그러자 딸은 눈을 당연한 사실을 지적하듯이 답했다.
“모니 이모는 모니 이모니까.”
처음에는 이모와 고모의 차이점을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실제로 물어봐서 확인했다-지금은 그냥 발음이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외출 준비를 할 동안 어느새 겉옷까지 다 차려입은 지오가 다가와서 곁에 앉았다. 훈은 곱게 빗어서 단정한 아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서 헝클어뜨리고 싶은, 제법 짓궂은 충동을 억누르고 아이에게 웃어보였다. 이거만 하면 끝이야.
알겠다는 끄덕임과 함께 하얀색 패딩을 입고 얌전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동글동글해서 꼭 눈사람 같았다. 얌전한 건 자기보다는 늘에게서 물려받은 기질이리라. 지우가 웃을 때마다 눈가가 둥글게 접히는 모습이나 지오가 잠귀가 밝은 점이나, 아이들에게서 남편의 모습을 발견하는 게 훈의 소박한 행복이었다.
결국 뒤로 묶으려는 계획 대신-새우 꼬리 같은 게 귀여워서 조만간 하긴 할테다-오른쪽으로 쏠린 포니테일로 마무리했다. 높이 솟은 머리카락의 끝이 고개를 따라 움직이는 게 활발한 아이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자기 작품에 괜스레 뿌듯해져서 잠시 감상하던 훈은 곧 머리 핀을 몇 개 꺼내 지우에게 보여주었다. 어떤 걸로 마무리할까요, 손님? 장난스럽게 권한 훈과 다르게 장미 모양 머리핀과 큐빅으로 만들어진 별 핀, 그리고 하트 두 개가 붙어 있는 장신구중에서 진심으로 고민하는지 지우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서 조용히 있던 지오가 다가와 귓가에 뭐라고 소근거렸다.
“이걸로 할래!”
남동생의 조언을 받아들인 지우가 별 모양 핀을 집었다. 거울에 비친 딸의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결연해서 훈은 웃음을 꾹 삼켰다.
“이제 모니 이모 보러 갈 준비 됐어!”
양 주먹을 불끈 쥔 지우가 선언하며 의자에서 내려와 종이 상자-케이크가 들어있으니까 조심하라고 훈이 일렀다-를 품에 꼭 안았다. 지오! 이리 와. 쌍둥이라도 누나는 누나라고 오도도 걸어온 동생을 챙긴 지우가 뒤이어 훈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빠,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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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준비시키느라 훈이는 목 늘어난 면티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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