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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자캐

꽃길만 걷자 하모니

잡초양 2018. 6. 6. 22:35

 https://www.youtube.com/watch?v=NlTZXOAtLB8





 모니가 눈을 뜨니 짙푸른 하늘에 미처 귀가하지 못한 별들이 총총 박혀있는 풍경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얼굴을 쓰다듬는 바람이 머금은 짭조름함이 뒤 따랐다. 모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하얀 모래가 곱게 쌓여있고 잠든 세상을 깨울까 조심하는 파도가 장난스럽게 이를 흩어트려놓고 있었다.


 저 멀리 수평선으로 시선을 던지자 태양이 떠오르려고 하는지 붉은 기운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었다. 바다와 맞닿은 부분에서 분홍빛이 스며들어오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모니야!”


 어디선가 목소리가 자기를 부르자 화들짝 놀란 모니는 목소리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선크림 발라야지!”


 피부 탄다. 크림이 피부에 철퍽, 닿자 시원함이 바짝 올라왔다. 누구지. 단숨에 선크림을 바르고 밀짚모자까지 씌운 낯선 이가 물어볼 기회도 주지 않고 이어 모니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힘이라면 어디 가서 밀린 자신을 아주 가볍게 당긴 인물이 힘차게 앞장서더니 햇살 가득한 해변을 가로질렀다. 


 어느새 태양은 하늘의 중앙선에 닿을 듯이 높아졌고 맨발바닥에 닿는 모래는 적당히 따뜻했다. 예전에는 지나치게 달궈진 모래가 따가울 정도여서 급하게 바닷물로 달려갔는데. 모니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찜질처럼 모래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낯선 사람은 모니보다 한참 먼저 바다에 들어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허벅지가 당겨지고 무릎이 올라가고 발뒤꿈치부터 폭신한 모래에 파묻히는 감각은 날카로울 만치 선명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처음 걷는 것처럼 발걸음을 움직인 모니는 투명한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물은 찰랑찰랑, 개구쟁이처럼 피부를 간질였다. 파도가 밀려들어왔다가 돌아갈 때마다 딸려가는 모래도 부드럽게 발목을 스쳤다. 모니는 가슴까지 간지러워지는 느낌이 그만 폭소를 터트렸다. 청량하게 터지는 웃음이 선선한 바람이 실려 주변에 가득 퍼졌다. 모니의 곁에 있던 인물은 눈에 띄게 기뻐하며 같이 웃어보였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전히 누군지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물싸움을 먼저 걸어오기도 했고,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몰라도 거대한 튜브를 모니의 품에 안기고는 짝퉁 캐러비안 베이를 즐기라고 했고, 갑자기 배고프지 않냐고 수박을-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지-반통씩 나눠먹기도 했다. 실컷 물을 끼얹고 모래를 밟고 웃음을 터트린 모니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봤다.


“예쁘다..”


 새벽하늘과는 다른 모습으로 하늘과 바다가 입맞추는 풍경이 모니가 작게 중얼거렸다. 바닷물이 규칙적으로 해변을 건드리는 소리만이 둘 사이를 채웠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목소리가 입을 뗐다. 


“이제 슬슬 갈 시간이네.”


 해가 곧 뜰 테니까. 모니는 모순된 말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무슨 말이지. 모니의 말을 증명하듯이 석양이 둘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모니야. 타는 하늘을 등진 인물의 얼굴이 음영이 졌다. 


“언젠가 너도 지나간 일을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손을 모니의 손위로 겹쳤다. 그 사람이 떨어지자 모니의 손에는 새하얀 자갈이 주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파도가 수백 번, 수천 번 쳐서 날카롭게 솟아있던 부분도 움푹 들어간 부분도 고르게 만든 돌이었다. 손바닥에 차오르는 묵직함을 꼭 쥔 모니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답을 돌아오지 않았다. 


 잘 가. 뜬금없이 바다와 해변 사이에 서있는 문을 향해 모니를 살며시 밀어준 손길은 상냥했다. 모니는 자기 눈앞에 있는 문-방문과 똑같이 생긴-을 열고 빛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한 번 뒤를 돌아보자 다정한 목소리가 말했다. 


“앞으로 걸어가는 모든 길에 꽃들이 피길 바랄게.”


 그렇게 하모니는 꿈에 깼다. 옅게 들려오는 도시의 웅성거림과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살은 현실로 돌아온 걸 환영하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게 누군가와 실컷 논 거 같았는데. 생각나지 않는 목소리와 말을 기억해내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시 침대에 풀썩 누웠다.


 꿈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꾸는 즐거운 꿈이었기에 모니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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