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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난 괜찮아. 그렇게 걱정할 건 없어.”
숨을 색색 내쉬면서도 누워있는 소녀는 다른 소녀를 안심시키려고 살짝 웃어보였다. 우유에 홍차 한 방울을 섞은 것처럼 볼이 붉게 달아오른 흑발의 아이는 평소에 높게 묶던 머리를 푼 채 침대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래도 옮을 수 있으니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는 말고. 침대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푸른 양갈래의 소녀는 머뭇거리면서 물러나지도,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마를렌은 힘겹게 입꼬리를 올리며 부탁했다.
“..아, 나 생각났어. 그거... 홍차 한 잔 끓여줘. 샬럿이 해주는 게 제일 맛있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은 샬럿은 기뻐하며 방을 나가 부엌으로 총총 걸어갔다. 금방 오겠다며. 멍한 머리로도 아이가 웃음 짓자 안심해서 마를렌은 달아오른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눈을 감자 빙글빙글 돌던 세상이 조금씩 차분하게 느껴졌다. 방 한구석에 있는 벽난로에서는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오고 창밖에는 이따금 지붕에 쌓인 눈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간 그러고 있었을까.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가 들어왔다. 끌리는 듯 한 샬럿의 슬리퍼 소리도, 날카로운 타라의 구두소리도 아니었다.
‘조금 더.. 묵직한 소리.’
누군지 확인하고 싶어서 눈을 뜰까하던 마를렌은 이내 포기했다. 그러기에는 너무 지쳤어.
이윽고 침대 한쪽에 무게가 실려서 조금 꺼지더니 냉기 가득한 겨울 냄새가 났다. 차디찬 눈의 향기. 옆에 자리 잡은 사람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살짝 얹었다. 손에 난 자잘한 흉터와 희미한 잉크 향기. 이마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마를렌은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다..다이무스 아저씨?”
그리고 은은한 램프의 빛과 함께 그토록 보고 싶으면서 보고 싶지 않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아픈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단 말이에요...
“나다. 아직 미열이 있군.”
속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오더니 눈앞에 뿌옇게 변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또 어린애 취급 받을 게 뻔하잖아.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니 눈물이 넘쳐흘렀다.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가 시원하다. 이마에 올리지 않은 다른 손으로는 조금 투박하게 눈물을 닦아주는 다이무스였다.
아저씨가 너무 좋으면서 동시에 너무 미워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계속 불러도 돌아봐주지 않고 항상 내려다보기만 하고.. 어린애 취급받고 싶지 않아요. 나도 숙녀라고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입만 뻐끔거리는 마를렌을 보며 다이무스는 짧게 말했다.
“더 자도록.”
“..싫어요.”
물기 가득한 목소리를 쥐어짜며 작게 속삭이는 마를렌이었다. 내가 자는 동안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갈 거 같단 말이에요. 그러더니 이마에 올라간 그의 손을 두 손을 꼬옥 잡았다. 가지 말아요. 그 모습을 보고 다이무스는 달래듯이 부드럽게 검은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대답했다.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
“정말..이죠?”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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