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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은 크리스티네 프리츠와 이글 홀든의 결혼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내와 함께 하객을 맞이하던 제레온은 잠시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홀든 경 부부를 볼 수 있었다. 좋은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그와 사돈을 맺게 되어 그는 기뻤다. 부부의 곁에는 그들의 세 아들들이 지키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의젓했던 첫째 다이무스와 소년 시절부터 자신을 잘 따르던 벨져 그리고 크리스티네의 남...편이 될 이글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혼 예복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이글 홀든은 준수한 외모를 가진 미청년이었고 눈을 세로로 길게 지나가는 흉터조차 그에게 흠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홀든이라는 이름이 증명하듯이 수준급의 검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또한 크리스티네가 지향하는 검의 길을 같은 검사로서 인정하고 존중해줄 남자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걱정을 끊임없이 한다. 가족이라는 성에서 공주로 자란 귀한 딸을 이 남자에게 맡길 수 있을까? 제레온 경은 아직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만일 크리스티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면 이글 홀든 또한 무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던 제레온은 이윽고 식이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객들은 안내에 따라 내부의 식장으로 이동했다. 이글도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아내로 맞이한다는 생각에 긴장감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끼는 듯 두 형들에게 말을 걸거나 목의 타이를 매만지는 등 평소보다 부산스럽게 행동했다. 그 모습을 보던 제레온은 아내의 볼에 입을 맞추고 신부 대기실로 걸어갔다.

 

신부 대기실의 휘장을 걷자 방의 중앙에 크리스티네가 앉아있었다. 문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그녀는 아직 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는지 연신 혼잣말로 긴장하지 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제레온은 손을 들어 드러난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가볍게 올렸다. 그제야 누군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린 크리스티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바라봤다.

 

..아버지..!”

내가 놀라게 했구나, 크리스티네. 미안하다.”

아닙니다.. 조금 긴장을..”

 

제레온은 눈길을 내려 장미 꽃다발을 꽉 움켜쥔 그녀의 두 손을 봤다. 그리고는 어깨에 올렸던 손으로 살며시 떨리는 손을 감싸 쥐었다. 시선을 마주친 그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크리스티네. 걱정 말거라. 나는 오늘의 너만큼 아름다운 신부를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웃거라.”

..어머니보다 더 말씀이십니까?”

 

잠시 그를 쳐다보던 크리스티네는 이제 농담을 할 여유도 생겼는지 살포시 웃으며 되물어봤다. 대답하려는 순간, 누가 다가와서 곧 있으면 신부도 입장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갔다. 부드럽게 풀리던 크리스티네의 얼굴이 다시 조금 굳었다. 제레온은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고는 손을 잡아 에스코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물론.”

 

작게 속삭인 그 말을 들은 크리스티네는 환한 미소를 짓고는 제레온의 안내에 이끌려 발을 옮겼다.

 

통로의 끝에 서있는 이글 홀든에게로 걸어가는 동안 제레온은 무릎까지 오던 소녀가 자라서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감동을 느꼈다. 동시에 언제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딸이 이제 다른 남자의 성을 따르고 그를 반려자로 받아들인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이글 홀든은 쑥스러운지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제레온으로부터 크리스티네를 건네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본 채 웃은 크리스티네는 이글의 손을 잡고 주례 앞에 섰다. 손에서 온기가 빠지는 것을 느낀 제레온은 지정된 자리에 가는 동안에도 알 수 없는 상실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내는 상냥하게 비어있는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따뜻한 손을 마주잡으며 그는 눈앞이 흐린 것은 분명 불붙어있는 저 촛불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인서약을 맺고 남편과 아내로서 이글과 크리스티네가 걸어 나가면서 식은 마무리되었다. 식이 끝나고 곧 이어 피로연이 진행되었다. 악사들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하객들은 모두 어울리며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이윽고 새로 부부의 연을 맺은 둘이 옷을 갈아입고 나와 하객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감사함을 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레온은 흐뭇하면서도 시원섭섭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었다. 곁의 아내도 알아차렸는지 그의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기대왔다. 서로를 위로하고 있던 중, 크리스티네가 이글에게 무언가를 속삭이고 그들의 방향으로 걸어왔다. 의아한 눈빛을 받으며 크리스티네는 제레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춤 신청을 했다.

 

아버지, 제게 춤을 같이 출 영광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늠름한 기사다운 제안이었다. 과연 왕실 호위대 출신. 제레온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서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그 손을 잡고 중앙으로 나갔다.

 

첫 춤을 출 기회를 제게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홀든 부인.”

 

딸의 허리에는 아버지의 손이, 아버지의 어깨에는 딸의 손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둘은 손을 얽고 천천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크리스티네와 시선을 마주치면서 그는 아홉 살 소녀 크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사교댄스보다는 검을 좋아했던 소녀. 하지만 아버지의 발위에 타서 빙글빙글 돌던 춤-그걸 춤이라고 볼 수 있다면 말이다-만은 좋아해서 자주 안겼었지. 그녀의 말간 미소를 보면 구두가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았었다. 그랬던 어린 소녀가 이제는 춤 신청을 먼저하고 우아하게 스텝을 밟게 되었다. 성도 프리츠에서 홀든으로 변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그녀와의 춤은 즐겁다는 것이다.

 

제레온은 기대오는 크리스티네의 귓가에 상냥하게 말을 했다.

 

사랑하는 크리스티네, 결혼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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