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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하루 하나

2019.03.10

잡초양 2019. 3. 11. 00:03

1인칭 주인공 시점 연습하는데 어렵네


 

나는 원래부터 감이 좋았다. 아니면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는 늘 사람들이 원하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요정이 훈수를 두듯이, 저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제법 평범한-짜증날 정도로 돌려 말하는 어른들을 만날 때 말고는-재능 혹은 능력이었다.

 

그 날 아침, 웬 까치 한 마리가 방 창문에 앉아있었다.

 

말할 때마다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추운 날인만큼 창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저리 가라고 창문 앞에서 팔을 흔들어댔지만 그 까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창문의 유리를 콕콕 쪼아댔다. 아 씨, 진짜. 내가 미간을 구기면서 창문을 열려던 그 때, 까치가 부리를 벌리더니 묘한-새 기준으로-소리를 냈다.

 

기싸움을 이제 그만 두지 않겠나.”

 

뭐야 미친. 방학동안에 넷플릭스를 너무 많이 봤나. 마치 한국어가 더빙된 만화영화를 보는 감각에 나는 반걸음정도 뒤로 물러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투명한 유리는 아직도 나와 까치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이대로 다시 침대에 들어가서 저 까치가 질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 동안 밤새워서 컴퓨터만 봐서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닐까? 엄마 말씀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몰라. 방 환기도 시키고 청소도 하면서 살았어야 했나봐. 속에서 혼란과 혼동의 하모니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까치 새-자식은 나한테 그 정도의 시간을 줄 자비도 없었나보다. 부리로 다시 유리를 쪼개 위해 준비동작을 한 걸 확인한 내가 짜증 반, 다급함 반이 섞인 목소리와 함께 문을 벌컥 열었다.

 

아 씨, 알았다니까!”

진작 열었으면 서로 편하지 않았겠니?”

 

어울리지 않게 근엄한 말투로 까치가 말했다. 날개를 한번 펄럭, 움직이면서 부드러운 동작으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비둘기가 한번 날개짓할 때마다 세균이 5만 마리씩 떨어진다는데.. 까치도 그런가?

 

이 몸은 까치가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네.”

 

걱정할 필요가 없..

 

잠깐, 지금 내 머릿속을 읽은 거야?”

그런 셈이지.”

아니, 나 참. 내 사생활은? 누구 마음대로 내 머리 안으로 들어오래?”

 

척추를 타고 내달리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내가 양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렇게 하면 귓구멍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기라도 하는 듯이. 까치가 한심하다는 얼굴-새라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분위기가 그랬다-로 혀를 찼다.

 

지금까지 본인이 했던 일이나 다를 게 없는데 이제 와서..”

그게 무슨 말이야?”

 

까치가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이제는 까치가 말을 하는 것도,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개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인간의 뇌는 너무 충격 받으면 아예 사고를 멈춰버린다는데, 지금 내 상태가 그런 모양이다. 까치가 부리를 빼꼼 벌리고 말했다.

 

자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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