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레이쇼] 보석 장인
학처럼 목을 잔뜩 뺀 채 고개를 숙인 노인이 니퍼를 쥔 손목을 비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단안경을 잠시 매만지더니 이번에는 옆에 놓은 망치로 빛덩어리를 한 번, 두 번, 세 번, 약하게 두들겼다. 이윽고 눈부실 정도의 빛무리가 서서히 형태를 갖추었다. 빛이 투명한 녹색의 돌 안으로 다 들어가고 나서야 남자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안경을 벗어 작업대 위에 놓았다.
이런저런 디자인을 담은 스케치 종이 다발, 아직 완성하지 못한 작품들, 핫초코든 커피든 언젠가는 달콤한 음료를 담았을법한 컵 서너 개 그리고 금속을 구부리고 비틀고, 두들기기 위한 도구들. 호레이쇼 스탈링의 작업대는 빈말로라도 단정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용케 자기가 써야하는 물건들을 찾을 수 있는지 노인은 한 번도 정리정돈을 해야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다. 찾고 싶은 건 어디에 있는지 다 기억하니까. 효율성이라도 좋지 않다면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을 말이지만 호레이쇼는 항상,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기억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기억도 좋아야하지 않겠나. 그가 늘 하는 말이었다.
“선생님, 손님이 왔어요.”
“그래, 이리로 모셔라.”
어린 제자의 목소리-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아는, 똑부러진 아이델라라도 호레이쇼의 눈에는 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가 들렸다. 연필선이 지저분하게 엉켜있는 스케치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스승이 대답했다. 조금 뚱한 목소리에도 굴하지 않은 아이델라는 공손하게 인사하고는 손님을 안내했다. 호레이쇼는 속으로 작게 혀를 찼다. 아직도 짙은 흙냄새가 코끝을 맴도는 것만 같았다.
평소보다 퉁명스러운 건 딱히 오늘 점심에 버섯이 들어가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리고 먹기 싫어서 버섯을 툭툭 건드리다가 편식하지 말라는 들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제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물컹한 버섯을 먹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절대, 아니다.
호레이쇼의 작업실로 들어온 손님은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정신없는 풍경에 잠시 할 말을 잃은 것 같았으나 이내 표정을 가다듬는 게 예의가 바른 듯 했다. 안녕하세요..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한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얇은 유리벽에서 퍼덕이는 기억은 우유를 가득 넣은 커피마냥 연한 갈색이었다. 손님에게서 병을 건네받은 호레이쇼는 단안경을 다시 쓰고 기억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말없이 머릿속에서 감정을 마친 그는 다시 병을 돌려주며 말했다.
“역시 보는 것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어느 사람에게나 있는, 굉장히 평범한 기억이었다. 한 팔로 작은 의자를 빼낸 그는 손님에게 앉으라는 듯이 손짓했다. 의자를 꺼낼 때 작업대를 툭 건드렸으나 다행히 아무것도 쏟아지지 않았다. 아슬아슬할 정도로 잔뜩 쌓인 종이마저도 충격에 펄럭거리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그래도 그의 작업은 누구에게나 있는 특별한 구석을, 유일무이한 빛을 빼내는 일이었다.
“이 기억에 대해 더 말씀해주시죠.”
그러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들어야할 것이다. 호레이쇼는 이미 차갑게 식은 지 오래된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며 다리를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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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을 보석으로 가공시키는 느낌으로 호레이쇼 쓰고 싶었는지 이제야 쓰네용
손님한테 존댓말 쓰는 호라버지 뻘하게도 넘나리 어색하네요ㅋㅋㅋㅋㅋ(?)
아이델라 프로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