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흐렸다.
흐린 날씨를 싫어하진 않는다. 서늘하면서도 촉촉한 공기며, 창문을 열 때 후욱 하고 들어오는 시원함과 어딘가 소름을 오소소 돋게 하는 빗소리를 좋아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게 한 달 넘도록 지속된다면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나라도 조금은 늘어지기 마련이다.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김이 세게 새어나오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덜그덕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창가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키고 준비해놓은 잔에 물을 조로록 부었다.
바닥에 봉곳 솟아오른 커피가루와 뒤엉킨 설탕이 뜨거운 물에 유순하게 녹아내렸다. 진한 갈색 액체가 찰랑찰랑 차오르자 주위가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비가 오거나 습한 날에는 냄새분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서 커피맛이 더 좋다는데, 그 말에 백번 공감한다.
하얀 잔에 아슬아슬할 정도로 차오른 커피가 쏟아지지 않게 조심하며 나는 다시 창가에 자리 잡았다. 길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산 하나씩 들고 있었다. 널찍하고 시커먼 우산, 조그맣고 노란 우산, 혹은 안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비닐우산. 다양한 우산들이 걸어갔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곧 있으면 다시 날이 갤 거라는, 조금 허황된 희망을 품었다.
내가 틀렸다.
하늘은 계속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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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햇빛이 닿지 않은 아포칼립스라든지. 계속 비가 오고 흐린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라든지. 다른 곳은 햇빛만 내려서 반대된다든지.
한동안 커뮤로그로 하루 하나를 해서...(그리고 스포 때문에 올릴 수 없었음)
다시 1차로 돌아왔다 계속 열심히 해야지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