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게 엇갈린 사이
“시스템 밖에 있는 놈들을 잡으려면 너도 시스템 밖으로 가야지.”
화약으로 작동하는, 구식 총을 손에서 굴리며 그녀가 말했다. 아직도 그런 총을 제조하는지도 몰랐다. 그것도 압수해야겠네요. 내가 테이저를 들이대며 씹어뱉었다. 설마 심연을 들여다보면 자기도 괴물이 된다는 그런 헛소리를 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죠? 떨리는 손끝을 숨기기 위해 목소리에 한껏 비아냥거림을 담았다.
선배, 아니 지금은 단순한 범죄자 M이 싱긋 웃었다. 자기를 향한 총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 뻔뻔함에 시야가 붉게 물들 것만 같았다. 약간의 허무함, 체념, 그리고 가여워하는 것 같은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줄곧 노력했던 모든 걸 다 버리고 신기루를 쫓아가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저 사람을 연행하는 게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놔야한다. 아직 내려간 전원이 복구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영웅놀음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주 대단한 영웅 납셨네. 내가 빠르게 던지는 말에도 M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 대신 총구 너머로 시선을 똑바로 던지며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리가. 절대 아니야. 내가 하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니까.
“..바뀌려면 더 큰 게 필요해.”
어둠 속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에서 광기마저 보이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안에서 감정이 울컥 쏟아지는 느낌에 내가 입술을 열었지만 눈부신 빛이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아 씨. 반사적으로 팔로 눈을 가리자 선심 쓰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글라스라도 하나 사봐. 홀로그램보다 유용해.”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안 돼. 기다려. 보이지는 않는 시야속에서도 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아 그리고. 마지막까지 재수 없는 목소리가 말했다. 누굴 체포하려고 할 때에는 안전장치 풀어야지? 잘해봐, 신참.
“나중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