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하루 하나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사만다 스튜어트는

잡초양 2017. 7. 21. 12:30


 깊숙하게 박힌 도끼를 빼내자 갈라진 두개골 사이로 진득한 뇌수가 흘러나왔다. 양손으로 힘을 주는 통에 바짓단에 튄 액체를 보다 혀를 쯧 찬 사만다는 시체의 셔츠에 지저분한 칼날을 닦았다. “죽은”지 꽤 된 소년은 몇 번 움찔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어쩌면 소년이 아니라 여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만다는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렴 어떠냐고 중얼거렸다. 얼굴이 썩어 뭉그러지고 두피마저 떨어진 육체를 보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어머?”


 끈질기네. 완전히 멈춘 줄 알았던 고깃덩어리가 반쯤 갈라진 머리로 움직이는 걸 봐도 놀라지 않은 그녀는 목구멍 안에서부터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시체의 두개골을 발로 강하게 즈려밟았다. 두터운 워커 아래로도 즈푹하고 살이 눌리고 뼈가 부러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지겹고 끔찍하구나. 무심한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한 그녀는 발끝을 땅에 톡톡 찍어 내장을 털어냈다. 그리고 도끼 자루를 한 손에 들고 앞뒤로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아포칼립스가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인간성을 상실한다고 우려하던 이들이 많았다. 수많은 문학 작품, 드라마, 영화에서 지겨울 정도로 씹고 뜯고 즐기던 주제. 하지만 사만다는 “인간성”이라고 하는 개념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외부적인 구속에 의해 제련되고, 다듬어지고, 길들여진 껍데기일 뿐. 사만다 스튜어트가 생각하는 인간성이란 어제 죽여 달라고 빌던 남자의 비명만큼이나 덧없었다. 문득 그녀는 그 남자가 버텨냈을지 궁금해졌다. 당시에는 귓청이 찢어질 정도로 시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같다. 양 다리가 잘린 채 움직이지도 못하는 남자가 큰 소리를 내면 낼수록 좋은 연막 장치가 되었을 테니. 죽지 않고 살아났다면 사만다는 그에게 목발이라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그의 다리는 미끼로 써서 사라진지 오래라 돌려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좀비, 언데드, 움직이는 시체. 그들을 부르는 명칭은 다양했지만 그녀에게는 썩어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냄새나고 질척이고 더러운 것들. 죽어도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도끼를 휘두르고 총을 들이댔다. 아름답지 않잖아. 사만다가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죽을 때가 된다면 대가리에 총알을 박는 게 낫지. 


“그래도 덕분에 재미있는 일들을 제법 많이 봤으니 상관없으려나.” 


 뼈가 드러날 정도로 뒤틀린 발목을 질질 끌며 다가오는 시체의 머리에 샷건을 겨누며 그녀가 살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