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0
달과 머리카락
“달은 왜 가끔 주황색이죠?”
모르면 대답 안 해도 돼요. 언니가 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녀가 자기 옆에 앉아있던 어른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말을, 무심하게 던졌다. 가벼운 말씨는 잔디밭을 통통 튀어 다니다가 여자의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뭐어? 모르면 대답 안해도 돼? 맹랑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아얄라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석양을 머금은 머리카락이 귀엽게 귀 밑에서 달랑거렸지만 아이의 말이 영 귀엽지 않았다.
“그건 당연히 달이 부끄러워하니까 그런 거지!”
“..그러면 빨개져야하는 거 아니에요?”
“빠..빨개지는 건데! 어, 원래 달은 치즈로 되어 있잖아? 그리고 치즈는 노란색이고!”
그러니까 빨강에 노랑이 섞여서 주황이 된다~ 이 말씀이야! 자기가 듣기에도 설득력 있는 설명이었다고, 그녀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에밀리는 그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 “보호자”는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소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고민에 젖어들었다. 달이 주황색으로 보일 땐 대부분 고도가 낮은 경우였다. 마치 태양이 질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쩌면 태양이 붉게 보이는 이유와 같은 게 아..
“야!”
“..아?”
“뭔 생각을 하는데 내가 부르는데도 못 들어?”
아얄라가 에밀리의 볼을 콕콕 찌르며 이죽거렸다. 에밀리가 약간 고개를 뒤로 젖히며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세게 찌르면 아프다니까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아얄라가 처음 에밀리를 만났을 때에도 그 큰 눈에 물기가 촉촉하게 고여 있었지만 용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아이였다. 아마 그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서, 그래서 혼자 떠날 수 없었던 거 같다. 아얄라는 한층 누그러진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무튼, 달이 왜 그런지 알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을 즐기는 게 낫지 않냐?”
에밀리의 볼을 찌르던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 그녀가 덧붙였다.
“저거 봐. 너 머리카락이랑 색이 똑같아”